가을의 문턱에 징검다리 휴일이 찾아왔지만 휴일마다 비가 온다.
이런저런 사소하지만 늘 해야 하는 휴일에 처리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작은 방 안에서 보내는 긴 시간이 답답해 편의점 커피 하나 사들고 나가본다.
대청댐 물문화관까지 35km 거리다. 처음 가보는 길을 비속에 운전이라 다소 피로감은 있었지만 모든 것이 새롭다. 한동안 주차장에 세워져만 있던 내 차도 오랜만에 같이 바람을 쐰다.
이곳이 금강 종주자전거길의 출발점이다.
전체 길이는 146km로 조금 무리하면 하루에도 달릴 수 있는 거리이지만, 금강의 가을 풍경을 눈에 담고 온몸으로 느끼며 달리려면 1박 2일의 일정이 좋을 것 같다. 금강변 캠핑장에서 하루 야영하면서 물가에서 느끼는 금강의 가을밤도 좋을 것 같다.
천리물길 풀어내는 비단강 금강
금강은 전라북도 장수군 수분마을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곧바로 금강과 섬진강으로 나누어진다.
금강은 장수를 거쳐 용담호에서 호수를 이룬 후 무주와 영풍을 지나며 무주 구천동과 양산팔경의 절경을 만들어낸다.
금강의 상류부는 대전분지, 청주분지, 중류부에는 호서평야, 하류부에는 전북평야가 펼쳐저 전국 최고의 쌀 생산지를 이룬다.
때문에 금강은 백제시대에는 호남평야의 젖줄로서 수도를 끼고 문화의 중심지를 이루었으며, 일본에 백제문화를 전파하는 '컬쳐로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청댐은 용담호 아래에 만들어진 댐이다. 비가 와서 물색이 맑지 않다.
비가 오고 있지만 그래도 물문화관 앞으로 만들어진 짧은 산책로를 혼자 걸어본다.
풀잎이 머금은 빗방울이 직물로 만들어진 내 신발 등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온다. 양말도 젖고 발가락도 점점 불어 간다.
대청호에 와서 함께 약속했을 수많은 증거들이 세월과 비를 맞으면 녹슬어간다
그 약속들도 지금쯤 상당수는 녹슬었으리라. 그 약속을 함께 했던 사람들도 어쩌면 많이들 잊혀져 갔으리라.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니 너무 슬퍼들 하지는 않았으면...
그래도 시간이 더 많이 흘러 젊은 날의 기억조차 희미해져 갈 무렵, 힘든 일상을 헤쳐가며 가쁜 숨을 몰어쉬고 살아가는 중년의 어느 날에 이 날의 추억을 돌아보며 웃음 지으며 다시 힘차게 일상을 버텨가는 작은 힘과 미소는 되어줄지도 모르니.
다시 한 시간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다소 늦은 저녁을 먹고 비가 걷힌 천변으로 산책을 나왔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도시의 야경 속을 관통해서 흐르는 제천의 물소리가 제법 크다.
이 도시의 야경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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