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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룡산 동학사(2024. 12. 15)

by 공간여행자 2024. 12. 15.

내리는 듯 아닌 듯 눈이 내린다. 기온은 아침보다 조금 올라 영상 4도다.
햇반과 김치, 구운 김으로 점심을 간단히 챙겨 먹고 편의점 커피 하나 사들고 동학사로 출발한다.
 
날씨는 여전히 흐려있고 비는 오락가락한다.
30여분쯤 차를 달려 계룡산 동학사 주차장에 들어선다.
 
주차요금은 4천 원이다. 동학사 입장료가 있는지 물어보니 국립공원은 모두 입장료가 무료란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뉴스에서 본 것도 같은 기억이 난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길 양쪽으로 상가들이 즐비하다. 상가들을 조금 벗어나니 동학사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동학사 가는 길은 단풍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너무 늦게 온 탓인지 가을은 혼자 가기 싫었든지 단풍으로 물들었던 나뭇잎들도 모두 데리고 가버린 것 같다.
 
봄부터 여름 내내 푸르렀다 가을 잠시 다시 붉고 노랗게 물들었던 잎들을 털어낸 나뭇가지는 비로소 화려함 속에 감춰진 모든 번뇌를 털어내고 홀가분한 듯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곳은 매표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국립공원 입장료가 무료로 되면서 폐쇄된 것 같다.

 
 

 
 
숨길 것이 없다는 듯 가지만 남아 있어 외려 더 편안해 보이는, 나무들이 즐비한 계곡을 따라 난 길을 계속해서 올라가면  동학사의 일주문이 나온다.

 
 
계룡산 동학사의 일주문(一柱門)이다.
 
일주문은 절이 시작되는 곳으로 재가(속세)와 출가(부처님 세상)를 구분 짓는 경계선을 의미한다.

 
 
일주문을 들어서니 이름 모를 조각상들이 몇 개 보인다. 무슨 의미인지, 왜 여기 있는지 알 수 없다.
옆에 조그마한 표지석이 있는데 한문이 너무 많아 읽지를 못하겠다.

 

 
 
계룡산 국립공원 안내도가 눈에 들어온다. 사찰과 암자 그리고 등산로 등이 잘 안내되어 있다.

 
 
동학사로 가는 길 내내 비슷한 듯 다른 겨울의 풍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약 2km 정도 길을 따라 오르니 사찰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동학사에 이르기 전에 먼저 관음암과 길상암이 추위에 얼어버릴 것 같은 여행자의 눈을 녹여준다.

 
 
길상암이라... 서울에 있는 길상사가 생각났다.
 
1970년대 우리나라 3대 요정이라 불리던 대원각을 기생 김영한이 법정스님에게 시주하여 절이 되었다.
법정스님도 길상사에서 입적하셨다.
 
백석과 김영한의 사랑 이야기는 굳이 여기서 하지 않겠다.  
1,000억이 넘었다는 길상사를 시주하면서 김영한은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고 하였다니 백석을 향한 영한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얘기가 너무 다른 곳으로 흘러갔네. ㅎ)

 
 
표지판을 보니 동학사에 거의 다 온 것 같다. 왼쪽은 동학사 오른쪽은 갑사로 가는 길이다.
 
갑사까지 4.6km 거리다. 오늘의 여정은 갑사는 당초부터 계획에 없었고, 시간도 부족하고 날씨도 좋지 않아  동학사만 둘러보기로 한다.
 
갑사는 우리나라 대표 현대 수필의 하나인 이상보의 '갑사로 가늘 길'로 잘 알려져 있다.
수필의 내용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일독을 권한다. 상원대사와 그가 구해준 여인에 관한 이야기와 표지판 맨 아래에 있는 남매탑이 왜 생겼는지 그 내력도 알 수 있으리라~

 
 
드디어 동학사에 도착했다.  다른 사찰들과 달리 대웅전이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이한다.

 

 

 

 

 
 
추위가 점점 더해진다. 급하게 동학사를 둘러보고 은선폭포로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길까지 얼어 있어 아쉽지만 여기서 발길을 돌린다.

 
 
기온도 내려가고, 내려가는 길도 얼어붙을 것 같아 서둘러서 내려간다. 

 

 

 
 
무슨 미련이라도 남은 것일까? 가을을 여태 못 보내고 붙잡고 있는 어린 단풍나무 몇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너희들도 옆에 있는 큰 나무들처럼 조금 더 세상을 살아보면 알게 되겠지. 세상의 이치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보내야 할 것은 보내야만 올곧이 자신의 모습으로 설 수 있다는 것을.

 
 
볼록 거울에 비친 나를 한번 돌아보며 오늘의 동학사 여정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동학사는 산사보다 길이 더 예쁜 절로 기억될 것 같다.

 
춥다.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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