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맑고 향기롭게 길상사(2024. 12. 19)

by 공간여행자 2024. 12. 24.

내가 길상사를 알게 된 것은 백석 시집을 읽으면서이다.

 

한동안 시 읽기에 몰두했던 시절에 백석 시집을 읽으면서 김영한과 백석의 이야기를 알게되었다.

 

서울시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는 전남 순천 송광사의 말사로 원래 대원각이라는 요정이었다.

대략 1970년대까지 요정이다가 1980년대에는 음식점이 되었다가 다시 절이 되었다.

 

길상사의 일주문으로 들어선다.

 

 

안쪽에서 본 일주문이다. 길상사는 일주문 다음에 있는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이 없다. 

요정을 절로 바꾸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일주문을 지나 언덕길을 올라 내부로 들어선다.

 

 

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설법전이다. 설법전 아래에  관세음보살상이 세워져 있다.

 

 

이 관세음보살상은 소녀 같은 성모마리아상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조각가 최종태의 작품으로 자세히 보면 성모마리아상과 다른 듯 닮은 곳이 있는 것 같다.

 

 

설법전 우측에는 길상7층보탑이 있다.

 

조선 중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혜와 용맹을 상징하는 네 마리의 암수 사자가 기둥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지판에 잘 나와 있다.

 

 

길상사의 본법당인 극락전이다. 아미타부처님을 봉안하고 있다. 1997년 12월 길상사 창건 당시 법정스님과 공덕주 길상화보살님이 많은 불자들이 이고득락(離苦得樂)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주존으로 모셨다고 한다.

 

 

길상화보살님 김영한의 공덕을 기리는 사당이다. 사당 앞에는 소박한 공덕비가 서 있다. 길상화는 법정스님이 김영한에게 내린 법명이다.

 

김영한은 기생이 되었다가 함흥에서 영어선생으로 있던 백석과 우연히 회식자리에서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된다.

 

백석은 영한에게 '자야'라는 애칭까지 지어주었지만, 아들이 기생과 사귀는 것을 반대한 아버지의 부름으로 백석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백석은 결혼식만 올리고 바로 다시 영한에게로 가 만주로 함께 가자고 하지만 백석의 앞길을 막을까 걱정한 영한의 거절로 두사람의 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사당 앞 공덕비 옆으로 영한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백석의 시 한편이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 백석 -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날인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이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벌써 내속에 고조곤히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같은건 덜어워 벌이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 응앙 울을 것이다

 

 

 

적묵당을 둘러보고 진영각으로 오른다.

 

 

법정스님이 기거 하셨던 진영각이다.

 

법정스님(1932~2010)은 전라남도 해남 출생으로 무소유 사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일생에 걸쳐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셨던 분이다.

 

1980년대에 김영한이 스님의 무소유 철학에 감명을 받아 이 곳을 시주하여 절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하였으나 법정스님은 거절하였다가, 10년간의 끈질긴 간청 끝에 1995년 법정스님이 받아들여 1997년 길상사가 되었다.

 

당시 시가 1000억 원 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의 이 곳을 시주하는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물음에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라고 대답했다고 하니 백석과 그의 문학에 대한 영한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진영각 한쪽 담벼락 아래에 법정스님의 유골을 모신 곳이 있다.

 

순천 송광사에 가면 무소유길을 따라 불일암에 갈 수 있다. 그 곳에는 스님이 아끼고 사랑했던 후박나무 아래에 스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

 

 

스님들이 수도하고 공부하는 곳이다. 원래 요정이었던 곳이라 그런지 다른 절과 달리 특이하다.

 

 

스님들의 공부방 아래 계곡에 위치한 부처님 주변으로 붉게 물른 가을 단풍잎이 고요하게 내려 앉아 있다.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지만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던 곳이라 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듯하게 돌아간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2024. 12. 19)  (0) 2024.12.25
창덕궁과 창경궁(2024. 12. 17)  (2) 2024.12.23
계룡산 동학사(2024. 12. 15)  (1) 2024.12.15
대청댐(2024. 10. 3)  (3) 2024.10.04
예당호 출렁다리(2024. 2. 16)  (1) 202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