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시간에 계룡산 신원사를 찾았다.
신원사는 계룡산 3대 사찰(동학사, 갑사, 신원사) 중에 하나로 삼국시대 고구려의 보덕이 창건한 사찰로 전하지만 사실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백제 때 기와가 출토된 것으로 보아 그 당시 창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올려다 보니 계룡산 정상이 보인다. 온통 연두빛으로 갈아입은 울창한 나뭇잎들 뒤로 암벽들이 솟아난 정상의 모습이 수려하다.
일주문으로 들어선다. 부처님 오신날이 가까워져서 입구부터 연등들이 즐비하다.
일주문을 들어서니 양쪽으로 돌탑 2개가 보인다. 사찰로 오르는 길 양쪽으로 우뚝선 거목들이 산사의 풍경에 푸르름을 더해 준다.
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봉축법요식이 열렸다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주차장에서 300미터 정도 걸어오니 사천왕문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사천왕문을 지나 신원사 경내로 들어왔다.
원래 사찰 내에 주차가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부처님 오신날이 가까워져 사찰 내에 주차를 허락한 것인지 내부에 차량이 너무 많이 주차되어 있어 제대로 둘러보기가 어렵다.
신원사는 정남향으로 터를 잡고 있어 산사의 전형적인 가람배치를 하고 있다.
대웅전 앞뜰을 온통 연등들이 가리고 있어 우선 옆쪽에 있는 벽수선원(계룡선원)을 둘러본다.
연등이 가리고 있는 대웅전의 모습은 우측 영원전의 터가 높아 영원전 앞에서 바라보니 그 모습이 더욱 수려하다.
연등들로 인해 아쉽게도 대웅전 앞뜰에 위치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석탑은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다.
이름 모를 독특한 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독성각의 모습이 눈이 띈다.
독성각앞 종무소 옆으로 신원사의 국보 제299호 노사나괘불의 사진이 걸려 있다. 괘불은 야외에서 법회를 할 때 불상을 대신해 걸어 놓는 그림이다.
대웅전에서 바라본 영원전의 모습이다. 영원전은 지장보살과 시왕(저승에 있다는 열 명의 왕으로, 죽은 사람이 생전에 저지른 죄를 심판한다)을 모신 건물이다.
역시 연등들로 인해 영원전의 정면 모습을 담을 수가 없어서 옆모습만 보고 만족한다.
영원전 뒤로 자리한 천 개의 손과 눈으로 중생을 관찰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관세음보살이 모셔진 전각 천수관음전을 둘러본다.
미륵불 포대화상이다. 포대화상은 평생 나눔을 실천하는 삶으로 일관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송나라 때 계자라는 스님은 등에 항상 포대를 메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을 넣고 다녔다고 한다. 배는 볼록나오고 이마는 쭈그러지고 귀는 유난히 큰 모습이었다고 한다.
포대화상은 사람들이 무엇을 줘도 받아서 자루에 넣었고 필요한 이에게 무엇이든 포대를 열어 꺼내 주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포대화상의 자루에는 아무리 넣어도 차지 않았고 또 아무리 나눠줘도 비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혼자서 어디든지 다니며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 무엇이든 무량한 보시를 하고 다녔다. 그러나 포대화상이 미륵불의 화신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영원전에서 등나무 터널을 지나서 중악단으로 간다.
중악단은 국가에서 계룡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건축물이다. 중악단 대문칸채 앞에 명성황후의 모습의 연등 조형물이 있다.
조선시대 명성황후가 중악단을 중건한 후 기도를 할 때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 내부에 명성황후의 사진이 걸려 있다.
중문간채를 지나 중악단으로 들어가니 역시 연등들이 가득하다. 간단히 둘러보고 돌아나온다.
중악단까지 보고 나오는 길에 범종각을 잠깐 살펴보고 다시 주차장으로 간다.
신원사로 들어올 때 보았던 은행나무길의 모습이다. 가을에 왔다면 장관이었을 것 같다.
동학사, 갑사, 신원사 계룡산 3대 사찰을 모두 둘러보았다.
동학사와 갑사는 겨울에, 신원사는 봄이 왔다. 신원사 대웅전은 벚꽃 필 때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하든데 다소 늦게 와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가을에는 은행나무길을 보러, 봄에는 벚꽃 핀 대웅전의 모습과 진신사리탑을 제대로 보러 다시 와보고 싶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색 나뭇잎과 수묵의 예술에 물든 수덕사 (3) | 2025.05.13 |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다리는 반구대 암각화 (0) | 2025.05.08 |
울산 산불로 취소된 궁거랑 벚꽃축제 (0) | 2025.03.30 |
봄을 기다리는 위양지 (3) | 2025.03.17 |
비극을 기억하는 장소, 전쟁기념관 (1) | 2025.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