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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사순례, 유네스코 세계유산 마곡사(麻谷寺)

by 공간여행자 2025. 2. 24.

우리나라는 산사(山寺)의 나라다.

2018년 6월 30일 바레인에서 열린 제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에 있는 7개 산사(山寺)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 7개 산사 :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그중 한 곳인 충남 공주에 위치한 마곡사를 찾았다.

마곡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약 1.5km, 20여 분을 걸어서 마곡사로 들어간다. 마곡사 바로 앞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산사는 걸어서 들어가는 것이 오롯이 산사를 즐기는 방법이다.

주차장을 나와 상가 옆을 지나면 마곡사관광안내소가 위치해 있다.이곳에서 마곡사에 관한 관광안내자료를 가져갈 수 있다.

팜플릿 한장 손에 들고 천천히 걸어서 마곡사로 오른다.

 

 

눈 덮인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泰華山麻谷寺'라고 적힌 일주문이 보인다. 산사로 들어가는 데크길 옆으로 자동차 도로가 있고 그 옆으로 일주문이 위치하고 있어 일주문을 통해 절로 들어가려면 자동차 길을 가로질러 건너야 한다. 3~4미터 폭의 도로이지만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워 건너기가 어려웠다.

 

기둥을 한줄로 세운 일주문의 구조가 여느 사찰들의 일주문과 다들바가 없다.

 

 

마곡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임을 알리는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음을 알리는 큰 표지석이 보인다.

 

 

마곡사 솔바람길(백범 명상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과의 인연이 있는 절이다.

 

 

마곡사 안내도가 전통양식의 건축물처럼 만들어져 있다.

 

 

산사로 오르는 길은 속세의 인간사를 펼쳐 놓은 듯 산과 물을 마치 번뇌와 해탈인 듯 양쪽으로 끼고 옆으로 굽었다 위아래로 굽었다를 반복한다.

 

 

속세를 벗어나 산사로 들어가는 길은 마치 지치고 힘든 세상살이에 산처럼 쌓여가는 번뇌를 계곡아래 얼어붙은 얼음 아래로 힘겹게 흐르는 물처럼 한조각 한조각씩 털어내어 내려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저런 부질없는 생각의 편린들을 찬 겨울바람에 털어내며 20여분을 걸으니 마침내 산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포함된 전국의 7개 산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들어있는 안내판이 보인다.

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18년 6월 유네스크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문화재청장을 역임하신 유홍준 교수님이 그 해 12월에 출간하신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 편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산사를 제대로 즐기는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마곡사 표지석 아래로 영은암과 은적암, 마곡사 표지판이 보인다. 추운날씨 탓에 영은암과 은적암, 백범명상길은 다음 기회에 둘러보기로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알리는 표지판과 표지석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다.

 

 

해탈문이다. 통상의 경우 천왕문을 지나면 불이(不二)의 경지를 상징하는 불이문, 일명 해탈문이 있는데 마곡사는 그 순서가 다소 바뀐 것 같다.

 

 

불법을 수호하는 외호신(外護神)인 사천왕이 봉안되어 있는 천왕문(天王門)이다. 천왕문을 지나 드디어 마곡사 경내로 들어간다.

 
 
천왕문을 지나자 마자 왼쪽으로 지정보살과 염라대왕을 비롯한 시왕을 모신 명부전이 보인다.

 

 

명부전을 나와서 계곡 위로 놓여진 다리를 건너면 바로 커다란 고목들이 양쪽으로 지키고 서 있는 종각이 보인다.

 

 

 

관음전을 빠르게 훑어보고 5층석탑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곳에도 템플스테이를 하는 것 같다.

 

 

마곡사 5층석탑이 보이고 그 뒤로 대광보전이 보인다.

마곡사 5층석탑은 고려 말기에 원나라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탑으로 다보탑이라고도 불린다. 2층 기단 위에 5층의 몸돌을 올린 후 머리장식을 올렸다. 일층 몸돌에는 자물쇠를 새겼으며, 이층 몸돌에는 사방을 지키는 사방물을 새겼다. 머리장식으로 라마탑에 보이는 풍마동 장식을 두었는데,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다.

대광보전 화재 때에 훼손되어 원래 탑재가 아닌 화강암으로 보수한 곳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대광보전 왼쪽으로 응진전, 백범당, 조사전이 위치해 있다.

우선 응진전을 먼저 둘러본다.

 

이 건물은 부처님을 중심으로 부처님의 제자인 16나한을 모시고 있다. 16나한은 중생에게 복을 주며, 중생을 바른 법으로 인도하기를 원하는 성자를 말한다. 철종 3년(1852)에 중수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전면에만 창호를 달아 출입하도록 하고, 나머지 삼면은 회사벽으로 마감한 것이 특징이다.

 

 

백범당이다.

백범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며 독립운동의 지도자이신 백범 김구선생이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나루에서 일본군 장교를 죽이고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옥하여 마곡사에 은거할 때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잠시 출가하여 수도하였던 곳이다.

백범 김구선생은 1898년 마곡사를 떠난 후, 근 50년 만에 돌아와 대광보전 기둥에 걸려있는 주련의 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 돌아와 세상을 보니 마치 꿈 가운데 일 같구나)라는 능엄경에 나오는 문구를 보고 감개무량하여 그 때를 생각하며 한그루 향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백범당 옆에서 자라고 있다.

 

 

태화산 마곡사 관세음보살상이다.

 

 

 

관세음보살상 옆으로 조사전이 위치해 있다.

 

 

마곡사의 대웅보전이다.

대웅보전은 마곡사 경내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풍수지리상 마곡사의 주맥이 내려다 보이는 길목에 있다. 원래의 건물은 임진왜란(1592) 때 불타 없어졌고, 현재의 이 건물은 1651(효종 2)년에 각순대사와 공주목사 이주연이 다시 지은 것이다. 특이하게 중층 구조로 되어 있다.

대웅보전에 들어가 작은 돈이나마 시주하고 합장하고 부처님 앞에 삼배를 올려본다. 나를 아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계곡을 건너 성보박물관으로 간다.

 

 

외부에 공사펜스들이 둘러쳐 있는 것을 보니 공사중인가 보다.

 

공사중이라도 관람은 가능한데 입장시간이 지나서 입장이 되지 않았다. 동절기에는 오후 4시에 입장이 마감되니 둘러보실 분들은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좋겠다.

 

성보박물관이란 일제강점기부터 사찰문화재 도난 사건이 이어지자 1972년 조계종에서 사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성보보존회를 설치하고 문화재를 다수 보유한 사찰마다 성보박물관을 세워 문화재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마곡사에는 국가 및 충청남도 지정 문화재 22건(불상, 탱화, 목판 등)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이 많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보지 못해서 아쉽다.

 

 

국사당(산신당)을 오르는 길에 건너보이는 마곡사의 모습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의 미학을 보여주는 듯하다.

 

 

국사당(산신당)이다.

 

국사당은 자장, 범일, 도선, 보조(지눌) 등 신라에서 고려시대 최고의 승려인 국사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조선 후기까지 '삼국시영당'이라 하여 세 분의 국사만 모시다 보조국사의 영정을 더하였다 한다.

 

 

국사당을 둘러보고 산중턱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곡사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내려와 들어올 때 보지 않고 나올 때 둘러보려고 남겨놓은 영산전(보물 제800호)을 마주한다.

영산전은 세조대왕이 '만세불망지지(萬世不忘之地)'라 극찬하고 풍수지리가들이 천하의 대혈이라 감탄하는 군왕대의 맥이 흐르는 곳이라 한다.

 

이곳에 천하의 대혈을 받았으니 이제 내 인생도 활짝 피어날 것만 같다.

이 건물은 마곡사에 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효종 2년(1651)에 각순대사가 다시 세웠다. 판액은 조선 세조가 이곳에 왔을 때 쓴 것이라 전한다.

세조대왕이 마곡사에 은신하고 있던 매월당 김시습을 만나러 왔으나, 김시습이 부여 무량사로 거처를 옮긴 뒤라 김시습을 만나지 못한 세조가 절을 떠날 때 '매월당이 나를 버리고 떠났으니 연을 타고 갈 수 없다'하여 타고 온 연을 정표로 남겨두고 소를 타고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고 또 만나지 못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 살아가거나 다른 시간 같은 공간에 살아가니 만나지 못하는 것을...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시간과 공간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시공간이라 합쳐 상대성 이론을 완성하지 않았을까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ㅎㅎ

내부에는 7분의 여래불상과 1000분의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어 천불전이라 불린다고 한다.

 

 

마곡사를 둘러보니 이제 유네스코 등재 7개 산사 중에서 천등산 봉정사를 빼고 모두 가보았다.

 

참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안동 봉정사는 다음 기회에 꼭 가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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