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6시, 여느 때처럼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떴다.
정신을 좀 차리고 씻고 출근하기 위해 소파에 잠깐 누워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베란다 창밖으로 날씨를 봤는데 이런 날씨가 너무 좋다. 완연한 가을 느낌의 높은 하늘과 구름들. 그리고 적당히 불어주는 바람.
아 이런 날에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는 건 가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밀린 일이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침을 적당히 챙겨 먹고 자전거를 차에 싣고 태화강역으로 향한다.
전철이 개통되고 한 번도 타보지 못한 동해선을 타고 해운대로 가기로 한다.
얼마 만에 타보는 전철인지.. 승차권 판매기 앞에서 뭘 어떻게 표를 사야 하는지 헤매고 있는데 안내원분이 교통카드로 바로 탑승이 가능하다고 얘기해 준다. ㅎ.. 얼마나 지하철을 안 탔는지 웃음이 나왔다.
재빨리 개찰구를 지나 급하게 승강장으로 이동한다. 막 열차가 출발하고 있다... 아쉽지만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30분 정도 기다리니 다음 열차가 왔다.
동해선을 처음 타보니 뭔가 신기하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타고 가는 동안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이것도 자전거냐고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아직도 이곳은 브롬톤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벡스코역에서 내렸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코스로 라이딩을 해보기로 했다. 도로 공사로 인해 이리저리 돌아가다 발견한 올림픽공원의 조형물이다. 예술에는 식견이 없고 문맹에 가까운 수준이라.. 그냥 공원 풍경사진으로 한컷~
수영만 요트 경기장을 따라 해운대 마린시티로 들어섰다.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하다. 바로 앞은 바닷가로 광안대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예쁜 고양이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남기고...
바람이 조금 심하게 불지만 날씨 정말 좋다. 이런 날 출근 했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다. 늘 다른 것 보다 일이 먼저였는데 이제 점점 나이도 들어가고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자. 미루다 보면 아무것도 못한다. 인생을 즐기자~
마린시티를 돌아 해운대로 넘어왔다.
여름이 지나가버린 바닷가 백사장엔 이제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람들의 발자국만 남아 있지만 그래도 주말의 여유를 가족과 연인과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이 제법 찾아오고 있었다.
저 멀리 잔잔한 파도가 내려앉는 햇살을 머금고 밝게 빛나고 있다. 이런 날에 일을 한다는 건 죄악이다.
해운대를 뒤로 하고 시내 도로를 따라 짧은 라이딩을 하니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미포정거장에 도착했다.
예약을 하고 왔어야 하나 표가 없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고 들어갔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 바로 발권하고 탑승대기.
20분쯤 후에 해변열차가 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이 참 많다.
강한 바람으로 오늘은 청사포 다릿돌전망대는 진입이 불가하다. 청사포를 지나 구덕포간이역에 내렸다.
해변을 따라 송정해수욕장을 달려보고 싶어서 해변길로 내려왔다.
송정 명풍물회에서 허기를 채웠다. 매운걸 잘 못 먹는 나에게는 좀 매웠지만 맛은 괜찮았다.
길 옆 공원에 세워진 물음표 조형물... 그래 인생은 모든 게 물음표지. 답도 없고. 그래도 살아보는 거지.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을 테고. 없으면 할 수 없고. 그런 게 인생 아니겠어. ㅋ
오시리아 해변길을 따라서 대변항으로 넘어간다.
오늘 하루 종일 나를 따라온다고 고생하신 분... 뒤에서 힘들다고 짜증도 많이 냈다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앞에서 달리는 나에게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ㅎ
대변항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다시 출발해서 동해선 기장역에 도착했다.
기장역에 들어서니 곧바로 기차가 온다. 브롬톤 재빨리 폴딩하고 기차에 탑승했다. 마지막칸 끝부분에 브롬톤은 파킹해 두고 자리에 앉아 울산까지 편하게 왔다. 가을엔 여행이다.
미루다 보면 아무것도 못한다.
I am in my mid 50s.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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